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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예전에는 패한 뒤 혼자 울어”
-“AI와의 승부, 답안지대로 두는 느낌”
2022 삼성화재배 월드바둑 마스터스에서 여자 프로기사 최초로 메이저 세계대회 준우승을 차지한 최정 9단.
최정 9단은 준결승(4강)에서 변상일 9단에게 169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뒀는데, 대국 도중에 벌어진 한 장면이 화제가 됐습니다.
패색이 짙어진 변상일 9단이 안경을 벗고 눈물을 흘리더니, 급기야 자신의 뺨을 때리며 자책하는 돌발 행동을 한 겁니다.
변상일 9단은 대국이 끝난 후 최정 9단에게 사과했지만, 바둑 팬들 사이에서는 ‘변상일 9단이 예의 없는 행동을 했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채널A ‘뉴스A’ 오픈 인터뷰에 출연한 최정 9단은 “그 일은 잘 해결이 됐다”면서 변상일 9단을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최정 9단은 “시합을 할 때마다 계속 시험을 치르는 기분이 든다”면서 “특히 이기고 싶었던 바둑일 경우에는 졌을 때 느끼는 괴로움이 엄청 크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나도 예전에 이기고 싶었던 바둑을 지면 너무 괴로워서 혼자 엉엉 울기도 했다. 승부사라면 겪을 수밖에 없는 괴로움이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최정 9단은 바둑계의 화두인 인공지능(AI)에 대한 생각도 밝혔습니다.
2016년 열린 AI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은 바둑에도 AI 시대가 왔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결이었습니다.
현재 AI 바둑 프로그램은 프로기사의 훈련에 사용될 정도로 바둑계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정 9단은 AI로 인해 바둑이 획일적으로 변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최정 9단은 “AI가 들어오기 전에는 선수들마다 각자의 색깔이 드러나고 재미 있었는데, 지금은 답안지가 있는 바둑을 두는 느낌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선 AI로 인해 점차 프로기사들의 설 자리가 좁아질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내놓습니다.
하지만 최정 9단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최정 9단은 “자동차가 나왔다고 해서 달리기라는 종목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라면서 인간 기사만이 둘 수 있는 바둑이 남아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